쉬고 싶다…숨쉬고 싶다

입력 2016-02-29 07:00   수정 2016-02-29 10:03

환경부가 추천한 생태관광지 4선

전북 운곡습지

사람 발길 닿지 않은 30년
원시 시대 돌아간 듯하네

제주 동백동산

10만그루 동백나무 숲길 걷고
도토리 칼국수 만들어 먹을까

전남 영산도

파도와 바람이 빚은 절벽…
배 타고 두 시간, 절경에 취하다

강원 냇강마을

낮에는 뗏목 타고 마을 한바퀴
밤에는 하늘에서 별자리 찾기



[ 김명상 기자 ] 스트레스에 찌든 육체, 치열한 경쟁 속에서 쉬지 못해 늘 피곤한 두뇌. 해결책은 조용한 휴식이다. 때묻지 않은 청정자연 속이라면 더욱 좋다. 자연이 잘 보존된 생태관광지로 가보자.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붐비는 관광지에선 상상하기 어려운 편안함과 안락함이 있다. 원시 자연의 신비, 외딴 섬에서 만나는 호젓함, 쏟아지는 밤하늘의 별빛을 마주하면서 몸과 마음을 정화한다면 세상을 보는 눈이 한결 더 부드러워진다.

멸종위기 동물도 사는 고창 운곡습지

예전에 계단식 논이었던 전북 고창군 고창읍 운곡습지는 30년 이상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상태로 방치되면서 자연스럽게 생태계가 복원됐다. 자연에 의한 습지 복원 사례로 보존 가치가 높아 2011년 국가습지보호지역과 람사르 습지로 지정됐다. 식물 376종, 곤충을 포함한 동물 488종 등 총 864종의 다양한 생물종이 분포하고 있고, 특히 멸종위기종 1급인 수달, 황새와 2급인 삵, 담비, 새호리기 등이 살고 있다.

운곡습지 주변의 6개 마을 중 용계마을은 환경부 지정 자연생태우수마을로, 생태관광 성공 모델이다. 주변에 청자 도요지, 덕천사, 동양 최대의 고인돌군, 인천강 등이 있고 복분자, 오디 등의 특산품이 유명하다. 용계마을에선 운곡습지 탐방과 함께 마을 특산품인 오디 수확을 하거나 생태시계 만들기, 누에고치 공예 등 친환경적 교육체험도 할 수 있다.

운곡습지에는 직접 걸어다니며 현장을 돌아볼 수 있는 코스가 마련돼 있다. 습지 전체를 둘러보는 4시간 코스, 조선 후기에 창건돼 유학자들의 학문과 덕행을 추모하기 위해 위패를 모신 운곡서원에 이르는 2시간 코스, 생태 연못까지 가는 1시간 코스 등이 있다. 자연환경 해설사로부터 습지 환경과 동식물 생태에 대한 상세한 해설을 들을 수 있다.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고창운곡습지생태관광협의회(ungokecotour.co.kr)는 ‘고창 운곡 람사르 습지 생태체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운곡습지 탐방열차’는 운곡서원과 용계마을 사이의 약 8㎞ 구간을 운행하는 트랙터 열차다. 왕복 80분이 걸리며 고려 전기에 청자를 만들었던 작업장인 용계리 청자도요지, 운곡서원, 동양 최대 고인돌인 300t 고인?등을 관람할 수 있다.

누에 먹이 주기, 오디 따기, 친환경 전기자전거, 고인돌 원시체험, 고구마 캐기, 생태 조각품 색칠하기, 밧줄 체험, 누에고치 공예, 수달 우드 목걸이 만들기, 압화 부채 만들기, 손수건 천연 염색 등 다채로운 체험 프로그램도 가득하다. 각 프로그램의 소요시간은 1~2시간 정도며 참가비는 5000원부터다. 참여자의 일정과 예산에 맞게 선택하면 된다. 고창 운곡습지 탐방안내소 (063)564-7076, 고창운곡습지생태관광협의회 (063)563-6664

화산섬 제주의 생태 보고 조천읍 동백동산

팔색조와 긴꼬리딱새가 숨어 있는 신비의 숲. 제주 조천읍 선흘1리에는 화산섬 제주가 만들어 놓은 생태계의 보고인 ‘동백동산’이 있다. 약 1만년 전 형성된 용암대지 위에 뿌리내린 숲으로 동백나무 약 10만그루가 숲을 이루고 있어 동백동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1971년 제주도기념물 제10호로 지정됐으며 세계에서 제주고사리삼이 유일하게 자생하는 곳이자 남한 최대의 상록활엽수림지대다.

옛날 동백동산은 인근 주민의 생활 터전이었다. 숲에서 동백나무 기름을 얻고 나무들을 잘라 숯을 구워냈다. 주민의 삶터였던 동백동산은 사람들의 보살핌을 받으며 본래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동백동산에는 숲, 희귀 동식물, 습지, 크고 작은 용암동굴 등의 자원이 풍부하다. ‘먼물깍’이라는 습지는 2011년 람사르 습지로 지정됐다. 먼물깍은 ‘마을에서 좀 떨어진 구석진 곳에 있는 물’이란 뜻으로 상수도가 개설되기 전까지 주민의 식수로 사용틈?

동백동산이 자리한 선흘1리 마을은 주민이 함께 숲을 가꾸고 지키려는 노력을 꾸준히 한 덕분에 2013년 세계 최초로 ‘람사르마을’이란 이름까지 얻었다. 람사르마을이란 람사르 습지 인근(1㎞ 내외)에서 습지 보존을 위해 자발적으로 노력하는 마을을 뜻한다. 습지 보존을 위해 주민 역량을 강화하는 교육을 하는 한편 생태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친환경 농산물과 가공품에는 람사르 로고를 사용할 수 있다.

동백동산습지센터(ramsar.co.kr)는 동백동산의 교육 및 해설, 문화체험을 담당하는 곳이다. 체험실에선 선흘1리 부녀회가 도토리 칼국수 체험과 기름떡 만들기, 텃밭 송키체험 등의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선흘장터에서는 선흘에서 생산되는 특산품과 동백동산의 생물 다양성과 관련한 디자인을 담은 문구류 등을 전시, 판매한다. 동백동산 해설 예약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매일 오전 10시, 오후 2시에 동백동산 탐방안내센터를 출발하며 30명 단위로 진행된다. 단체는 예약 필수. 동백동산 탐방안내센터 (064)784-9445, 동백동산습지센터 (064)784-9446

호젓하게 사색에 젖는 영산도 여행

후박나무 군락지에서 아트벤치에 누워 삼림욕을 겸한 사색의 시간을 갖는다. 눈과 귀가 즐거운 영산 8경에 관한 명품 해설을 듣는 즐거움까지 있다. 전남 신안군 흑산면의 영산도는 바쁜 삶에 지친 우리의 감각을 일깨우기 좋은 곳이다.

목포에서 흑산도를 거쳐 배를 타고 두 시간 반을 들어가야 만날 수 있는 영산도로 가는 배는 하루에 두 차례만 운항한다. 외롭지만 유네스코생물권 보존지역으로서 인공의 손길이 닿지 않은 순수하고 깨끗한 환경이 자랑거리다. 영산도는 영산화가 많이 핀다 하여 영산도라 불렸다. 예전에는 400가구가 넘게 살았으나 지금은 28가구 45명만 남아 있다. 이런 추세라면 머지않은 미래에 무인도가 될 가능성이 높은 곳이지만 개발되지 않은 깨끗함, 천혜의 자연환경 덕분에 다도해해상국립공원과 신안-다도해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됐다.

주민이 줄면서 무인도가 될 위기에 몰렸던 섬이 본격적으로 살아난 것은 2012년 국립공원 명품마을로 지정되면서부터다. 칙칙했던 마을은 벽화로 알록달록한 옷을 입었고, 마을길도 걷기 좋게 정비됐다. 여행자가 와도 마땅한 숙소가 없었지만 이후 펜션도 생겼고 부녀회원이 운영하는 ‘부뚜막’ 식당도 문을 열었다. 모두 마을 공동 소유로 ‘섬 공동체’를 이루고 있으며 2013년에는 환경부 자연생태우수마을로 뽑혔다. 이제는 영산 8경, 영산 10리길, 영산도 벽화길 등의 관광지와 함께 청정해역에서 다양한 해산물 먹거리를 맛보며 자연을 만날 수 있는 힐링 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섬에서 1박을 할 수 있다면 하루 정도 시간을 내 영산도를 한 바퀴 돌아보면 좋다. 걷다 보면 바람과 파도가 빚어낸 코끼리바위(석주대문), 바위 구멍에서 흰 물안개가 뿜어져 나오는 진기한 풍경의 비성석굴을 볼 수 있다. 또한 층암절벽에서 떨어지는 폭포수로 만병을 고쳤다는 비류폭포, 자연이 조각한 천연석탑도 볼거리다. 코스는 선착장-액기미마을-파수문-할아버지바위-용생암굴-천연석탑

비류폭포-부낫瀆牡?흑산도 뒷대목이다. 펜션 정원이 많지 않아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숙박여행은 하기 어렵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서부사무소 (061)284-9116

수려한 용늪과 별빛을 만나는 인제 냇강마을

강원 인제는 비무장지대(DMZ), 백두대간보호지역, 습지보호지역, 천연보호구역 등 전체 면적의 33%가 보호지역으로 이뤄져 있다. 자연환경이 잘 보존된 인제에서는 높은 산줄기 아래 자리 잡은 월학리, 용대리, 신월리에 자리한 생태마을에 머물며 편안히 쉬거나 재미난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소양강 상류지역 대암산 용늪자락에 있는 인제군 북면의 냇강마을은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산림자원을 보유한 청정지역이다. 국내 람사르 습지 1호이자 남한 유일의 고층 습원인 대암산 용늪은 독특한 기상 조건으로 다양한 희귀 동식물이 서식해 생태적 가치가 높은 곳이다. 고지대라는 조건 때문에 습지에서 식물이 죽은 뒤 썩거나 분해되지 않고 그대로 쌓인 ‘이탄층’이 형성돼 있으며 1997년 국내 최초로 람사르 협약 습지로 등록돼 생태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예전에는 전망대에서만 관찰할 수 있었지만 올해부터는 하루 150명이 목도를 통해 습지 내부까지 둘러볼 수 있다. 사전 예약은 필수며 5~10월께 진행된다. 냇강마을에선 선사시대 뗏목 체험 프로그램도 즐길 수 있다. 냇강마을의 뗏목은 조선시대에 벌채된 목재를 운반하는 수단으로 쓰였다. 인제군 남면의 ‘달뜨는마을’은 1970년대 소양댐 건설로 마을 대부분이 수몰돼 많은 隔?고향을 떠나게 됐을 때 남아 있던 일부 주민이 마을 고지대로 이주해 살게 된 곳이다. 높고 푸른 산이 마을 전체를 감싸안는 형세로 소양호가 인접해 있어 물안개가 피어오르면 평안하고 조용한 분위기에 젖어든다. 인공조명이 없기 때문에 밤에는 하늘에서 별이 쏟아지는 듯한 시각적 쾌감을 만날 수 있다. 각종 체험프로그램은 미리 내용을 살펴보고 예약할 수 있다. 하늘내린인제로컬투어사업단 (033)463-8680, injetour.co.kr

김명상 기자 terr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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